
PAIN · PUBLIC HEALTH JOURNAL
손목이 아플 때 보호대를 계속 차도 될까요?
마디찬통증의학과 편집실감수 박재영 대표원장 ·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
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
의료 정보 안내
이 글은 일반 의료 정보로, 개별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.
손목이 아파서 보호대를 차 보면 확실히 덜 아픈 느낌이 듭니다. 그러다 보면 계속 차고 있으면 낫는 건지, 언제까지 차야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죠. 보호대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. 다만 보호대가 해 주는 일과 해 주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, 이 둘을 나눠서 보시면 언제 보호대에 맡겨도 되고 언제 진찰을 받아 보는 게 좋은지 판단하기가 쉬워집니다.
보호대가 해 주는 일과 해 주지 못하는 일
손목 보호대는 손목이 움직이는 범위를 줄여 줍니다. 손목을 꺾거나 비트는 동작을 덜 하게 만들어서, 손을 많이 쓰는 동안 힘줄이나 인대, 관절에 가는 부담을 덜어 줘요. 아픈 곳을 덜 움직이게 되니 차고 있는 동안에는 통증이 덜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. 하지만 보호대는 움직임을 줄여 줄 뿐, 왜 아픈지를 알려 주거나 아픈 원인을 고쳐 주지는 못합니다.
손목 통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기지 않습니다. 힘줄에 염증이 생긴 경우도 있고, 인대나 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,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. 손목이 아닌 다른 부위의 문제가 손목이나 손 쪽 증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. 원인이 다르면 보호대가 도움이 되는 정도도 다르고, 얼마나 오래 차는 게 맞는지도 달라집니다. 그래서 며칠, 몇 주 차면 된다고 모든 분께 같은 기간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.
오래 차고 있으면 생길 수 있는 불편
보호대를 하루 종일, 오랫동안 차고 있으면 생각지 못한 불편이 생기기도 합니다.
- 너무 조일 때: 손가락이 저리거나 붓고, 손 색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. 조임을 풀었는데도 저림이 계속된다면 보호대 탓만은 아닐 수 있어요.
- 피부 문제: 땀이 차서 가렵거나, 피부가 짓무르거나 쓸리기도 합니다.
- 뻣뻣함: 관절은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굳기 쉽고, 손목 주변 근육도 덜 쓰게 됩니다. 그래서 보호대를 풀었을 때 손목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습니다.
- 보호대를 믿고 더 쓰게 될 때: 보호대를 찼으니 괜찮겠지 하고 아픈 동작을 평소처럼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. 보호대가 부담을 조금 덜어 줄 수는 있어도, 손목을 아프게 만든 동작을 계속하면 통증이 잘 가라앉지 않을 수 있습니다.
그러니 오래, 꽉 찰수록 좋은 건 아닙니다. 언제 차고 언제 풀지, 어느 정도로 조일지는 아픈 원인과 하시는 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, 진찰을 받으셨다면 그 상태에 맞춰 정하시는 게 맞습니다.
보호대를 했는데도 이런 증상이 있다면
보호대를 차서 편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줄어든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.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보호대만으로 버티기보다 진찰로 원인을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.
- 보호대를 해도 통증이 계속되거나, 좋아졌다가 다시 아파지기를 반복할 때
-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질 때, 특히 밤에 저려서 깰 때
- 손에 힘이 빠져서 물건을 놓치거나 주먹을 쥐기 어려울 때
-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로 손목이 붓고 아플 때
- 보호대를 풀면 통증이 바로 다시 심해질 때
저림이나 힘 빠짐이 함께 있다면 힘줄이나 관절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쪽 문제가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. 이런 경우는 손목을 고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, 증상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해요. 다친 뒤에 생긴 통증도 마찬가지로, 보호대로 일단 덮어 두기보다 먼저 손목 상태를 보는 게 순서입니다.
진료 때 말씀해 주시면 좋은 것
진찰을 받으러 오신다면 언제부터 아팠는지, 넘어지거나 무거운 것을 들었거나 새로 시작한 일이나 운동처럼 계기가 될 만한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와 주세요. 손목의 어느 쪽이 아픈지도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. 엄지 쪽인지 새끼손가락 쪽인지, 손등 쪽인지 손바닥 쪽인지 구분해 보시면 좋아요.
어떤 동작에서 아픈지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. 병뚜껑을 딸 때, 걸레를 짤 때, 마우스나 휴대폰을 쓸 때, 손을 짚고 일어날 때처럼요. 저린 곳이 있다면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, 언제 심해지는지도 알려 주시고, 일이나 취미에서 손목을 얼마나 쓰시는지도 함께 이야기해 주시면 됩니다.
보호대를 어떻게 차 왔는지도 꼭 말씀해 주세요. 하루 종일 찼는지, 일할 때만 찼는지, 잘 때도 찼는지, 그리고 찼을 때 나아졌는지 별 차이가 없었는지요. 보호대를 찼을 때 편해지는지 아닌지는 어느 쪽 문제일지 짐작하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.
저희 의원에서도 손목 통증은 먼저 진찰로 원인을 확인하고, 보호대를 계속 쓰는 게 좋은지, 쓰는 방법을 바꾸는 게 나은지를 그 원인에 맞춰 함께 판단합니다.
보호대는 아픈 손목을 잠시 쉬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. 차서 편해지고 점점 나아진다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. 하지만 차고 있어도 통증이 반복되거나, 손이 저리고 힘이 빠진다면 보호대를 더 오래 차기보다 왜 아픈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.






